올해 초 글로벌 금융시장은 새로운 국면전환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했던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매입 등을 통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하고 신용경색을 해소하며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 정책이 올해 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단행을 시작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한파에 의한 일시적 경기둔화와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에 따라 흔들렸던 연초를 제외하면 최근까지 상당히 안정적인 국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5월 버냉키 쇼크(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전세계 자산가격이 급락한 현상) 이후 한동안 글로벌 주식 및 채권시장이 동반조정을 보였던 점과는 반대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식과 채권시장의 동반강세 현상이 나타나는 이례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서도 수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전반적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S&P 500지수는 6월 16일 기준 연초 대비 4.8% 상승하였고, S&P 500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VIX지수는 6월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안정된 상태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버냉키 쇼크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신흥국 증시 또한 올해 3월 이후 반등 국면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신흥국 지수인 MSCI Emerging Market Index는 6월 16일 기준 올해 저점 대비 14.2% 반등하였고, 연초 이후로는 4.3%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세는 주요국 채권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 채권은 국채금리 하락으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재정상태가 취약한 스페인 등 유럽 주변국이 발행한 국채에서도 비교적 큰 폭의 금리하락이 나타났다. 채권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금리)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가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의 배경과 영향
이렇듯 2014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이유는 작년 5월 버냉키 쇼크 이후 급등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연초 이후에는 반락하며 하향 안정화된 점에서 기인한다. 연초 주요 글로벌 IB들의 예상과는 달리, 연초 이후 미국 국채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당초 글로벌 IB들은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및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글로벌 달러강세와 국채금리상승을 예상했으나, 그 예상은 현재까지 빗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의 경우 6월 초 2.4% 수준까지 하락한 후 다소 반등했으나, 여전히 연초 주요 글로벌 IB들의 예상치인 3.0~3.5% 수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올해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등 테이퍼링(Tapering,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이유는 우선 새로이 미국 연준의장으로 취임한 옐런 의장이 3월 FOMC회의 이후 상당기간의 ‘초저금리 유지’ 발언과 ‘양적완화 축소에 시간표는 없다’ 는 발언 등을 통해 시장친화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테이퍼링 진행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지연 또는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보유한 막대한 국채의 평가손실 및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회복 둔화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우선 글로벌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았는데,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국 금리가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로존 국가를 중심으로 채권금리 하락이 지속되고 있으며, 주요 신흥국도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존재하나 전반적으로 미국 국채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아 채권금리가 하락하였다. 이러한 전세계적인 금리하락 추세는 특히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 기회를 제공했다. 선진국의 금리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보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선진국 투자에서 벗어나 신흥국 주식과 채권시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이후 신흥국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수익률이 미국 등 선진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점, 그리고 달러화 약세와 동시에 신흥국 통화가 절상된 점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작년 5월부터 있었던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신흥국 금융불안 현상이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국채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며 오히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작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던 신흥국 금융불안 현상이 안정화되며 큰 낙폭을 기록했던 주요 신흥국들의 주식, 채권 및 환율시장이 3월 이후 큰 폭의 반등을 보였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기여를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은 지속될까?
향후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추세는 미국의 위험자산, 즉 주식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거나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경기회복 등으로 미국 기업의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거나 주가가 가격조정을 받아 저평가 메리트가 발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미국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되기 위해서는 향후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채권의 평가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을 살펴보면, 연초 한파에 의한 일시적인 경기회복 둔화에도 불구하고 2분기 들어 다시 견조한 경기회복이 재개되고 있다. 2014년 4월 실업자수는 975만 명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명 선을 하회하였고, 고용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비정규직 고용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향후 전망은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5월 ISM제조업지수(미국 공급관리자협회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나타낸 체감경기 지수로, 지수가 50을 넘을 경우 미국의 제조업경기는 확장됨을 의미)는 55.4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개선세를 지속하여 경기 회복세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GDP성장률은 연-1.0%를 기록하며 한파에 따른 재고급감의 영향으로 3년만에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민간 소비를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의 회복 강도를 감안할 때 2분기 이후부터는 재차 연3% 수준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고려했을 때, 미국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선호도는 점진적으로 높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견조한 경기회복 기대감은 역시 향후 테이퍼링(Tapering) 가속화와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금융시장의 예상시점은 2015년 4분기로 인식하고 있다. 향후 3분기에 확인되는 경제지표에서도 견조한 개선세가 확인될 경우 시장의 예상시점은 좀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며, 미국 채권금리는 3분기 이후 다시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신흥국 금융시장의 반등은 일시적 현상
올해 3월 이후 신흥국 자산가격의 반등은 결국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과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공감이 상충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형성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출구전략진행을 경계하며 소외되었던 취약한 신흥국 자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흥국 주식시장은 어느새 버냉키 쇼크가 있었던 작년 5월의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 동안 글로벌 경기는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선되었고, 신흥국의 경제상황은 선진국의 경제상황보다 열위에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살펴보면,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들어 0.2%p 상향조정된 반면, 신흥국 경제성장률은 반대로 -0.2%p 하향 조정되며 경기상황이 차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경제상황의 개선이 없는 신흥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은 경제상황의 호전과 같은 새로운 주식시장 상승동력이 부각되지 못한다면 작년 5월 수준인 현재 상황에서 추가상승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 등 선진국은 가계 및 금융기관 부채 문제를 양적완화 등의 정책을 통하여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반대로 신흥국은 저축감소와 과잉투자 등으로 인하여 금융위기 이후 가계 및 금융기관 부채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였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등에서 가계 및 금융기관 부채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유동성은 신흥국의 부채팽창 과정에서 대거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며 부채위기는 사실상 신흥국으로 이전되었다.
선진국은 기축통화 국가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채해소를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동원할 수 있었던 반면, 불행하게도 신흥국은 출구전략 진행에 따른 선진국 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책금리를 오히려 가파르게 인상하며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작년 상반기부터 선진국의 경기 모멘텀이 신흥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이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 차별화가 신흥국 자산의 반등이 지속될 수 없는 이유로 판단한다.

채권보다는 주식,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기대돼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낮은 변동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개입에 의한 인위적인 안정 기류는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다. 우선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개시한 미국의 견조한 경기회복에 의해 시장은 다시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우려를 해야할 것으로 보이며, 그 시점은 현재 양적완화 규모가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올해 9~10월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투자자들이 자산배분을 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인상을 고려했을 경우, 투자자산 중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의 평가손실 때문에 채권보다는 주식이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주식시장 중에서는 경기회복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의 주식시장이 경제상황이 둔화되는 신흥국 주식시장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채권시장에서는 신용스프레드(특정채권과국고채 간의 금리차이로, 부도위험 차이를 비교하는 지표)와 부도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타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수익률이 기대되는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투자등급 이하의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상승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잔존 만기가 짧은 단기하이일드 채권이나 변동금리 채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시니어론(투자등급 이하의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변동금리 대출을 기반으로 발행된 증권)으로의 접근이 더욱 효율적인 투자수단으로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신흥국 주식은 올해 여름을 틈타 비중을 축소하여 선진국 주식 또는 현금 등 안전자산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상기한 대로 향후 미국 국채금리의 방향성과 신흥국 대비 우월한 선진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했을 때 채권보다는 주식, 그리고 신흥국 자산보다는 선진국 자산의 수익률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